한미 상호관세 유예, 한국 대미 수출의 숨통 틔우나?
2025년 4월 22일,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에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미국 측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지원법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적 통상정책을 강화해왔고,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 제한과 관세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 유예 조치는 양국 간 통상 마찰 완화는 물론, 한국의 대미 수출에 단기적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긍정적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유예 대상 품목과 기대 효과
이번 유예 조치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부품, 철강 등 전략산업군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특히 관세율이 10% 이상 부과되던 일부 배터리 소재와 철강 제품이 유예 대상에 포함되며,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회복이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미국 내 팹리스 기업들과의 거래 확대가 기대되며, 고부가가치 설계 및 테스트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은 GM, 포드 등 미국 빅3와의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장기 변수: 유예는 ‘시한부 면제’
다만 이번 조치가 '유예'에 불과하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1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미국 의회의 통상 정책 방향, 보호무역주의 기조 유지 여부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 기간을 ‘관세 리스크 헷지의 골든타임’으로 활용해 공급망 다변화, 현지 생산 강화, 로비력 강화 등 중장기 대응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대미 수출 증가 전망
유예 조치에 따라 대미 수출은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는 2025년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약 6~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예 품목에 포함된 전략산업군에서의 수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수출 증가가 국내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수출 기업들의 내실 다지기와 기술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수출 회복 = 경기 회복'이라는 등식은 이미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맺으며
이번 한미 상호관세 유예는 한국에게 있어 숨 고르기의 기회다. 그러나 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실질적인 보상이 따른다. 미중 갈등의 여진과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 경제는 여전히 외풍에 취약하다. 유예를 기회로 삼아 '단순 수출국'에서 '공급망 핵심국'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